장난감이 부족해도 남매가 재미있게 놀았던 방법
다들 아시겠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집에 장난감이 참 많아집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하나씩 사다 보니
거실 한쪽에 장난감 바구니가 생기고, 생일이나 기념일이 지나면 새로운 장난감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할 때는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하나도 찾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얼마 전 주말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외출 계획이 없는 날이라 아이들과 집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심심해”라는 말이 번갈아 나왔습니다. 평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꺼내줘도 몇 분 가지고 놀다가 금방 흥미를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장난감을 하나 꺼내줘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일부러 장난감부터 찾지 않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이용해 놀아보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재미있게 놀았고, 오히려 남매가 직접 놀이 방법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난감이 없어서 심심하다는 아이들
주말 아침은 평소보다 여유롭게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아이들이 거실에 모였는데 처음에는 각자 장난감을
하나씩 꺼내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아이가 장난감을 내려놓으며 심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아이도 금세 옆에서 “나도 심심해”라고 했습니다. 장난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동차도 있었고 블록도 있었고 그림을 그릴 도구도 있었지만, 그날따라 어느 것 하나 오래 가지고 놀지 않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큰 아이가 분해된 블록을 가지고 만들기를 시작하면 여동생은 옆에서 같이 만들기를 하였지만 그날은 그러지 않더라구요. 영상을 보여줄수도 있었지만 그날은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집에 종이컵과 택배 상자가 몇 개 있었고, 주방에는 사용하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용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거실 한쪽에 택배 상자를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이걸로 뭐 만들 수 있을까?”
아이들은 처음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아이는 상자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장난감 바구니를 뒤졌고,
다른 아이는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저도 속으로 ‘역시 별로인가?’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먼저 상자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상자를 세워서 작은 문을 만들고 종이컵을 옆에 놓았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할지 확신은 없었습니다. 그냥 제가 혼자 만들고 있으니 한 아이가 슬쩍 다가왔습니다.
“엄마, 그거 뭐야?”
“아직 모르겠어. 집을 만들까, 자동차 주차장을 만들까 고민 중이야.”
그러자 아이가 상자를 살펴보더니 “주차장 만들자”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른 아이도 조금씩 가까이 왔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관심이 없던 아이가 갑자기 종이컵을 가져오면서 “이건 주차장 기둥으로 하면 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제가 놀이 방법을 정해준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택배 상자는 자동차 주차장이 되었고, 종이컵은 주차장 기둥이 됐었습니다.
평소 가지고 놀던 자동차 장난감도 이때 다시 등장했습니다. 아까까지 재미없다며 내려놓았던 자동차를 아이들이 하나씩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집에 있던 물건들이 새로운 장난감이 됐습니다
아이들은 집 안을 돌아다니며 놀이에 사용할 만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상자는 자동차가 들어가는 터널이 되었고, 종이컵은 주차 공간을 표시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쿠션은 주차장 주변의 벽이 되었고, 길게 접은 종이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도로가 됐습니다.
- 택배 상자 → 자동차 주차장
- 종이컵 → 주차장 기둥과 주차 공간 표시
- 종이 → 자동차 도로와 표지판
- 쿠션 → 주차장 주변의 벽
- 기존 자동차 장난감 → 주차장에 들어가는 자동차
- 작은 플라스틱 용기 → 자동차 세차장
제가 준비한 것은 사실 별로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평소 가지고 있던 장난감 몇 개와 집에 있던 생활용품을 섞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물건의 원래 용도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른에게 택배 상자는 물건을 담는 상자일 뿐이고 종이컵은 음료를 담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상황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한 창의놀이를 쉽게 이어질수 있겠구나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매가 직접 놀이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동차를 주차하는 놀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직접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역할을 맡았고 다른 아이는 주차장 직원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는 빨간 자동차만 들어올 수 있어.”
“그럼 이 자동차는 어디 가?”
“세차장 먼저 가야 해.”
이런 식으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제가 알려준 규칙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를 진행하면서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동차를 굴리는 놀이였지만 어느 순간 역할놀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들어온 자동차가 세차장으로
이동하고, 세차가 끝나면 다시 주차를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남매가 함께 놀다 보니 의견이 맞지 않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만든 규칙을 다른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장난감을 빼앗거나 바로 울기보다는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규칙을 바꾸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하고 다음에는 네가 정해.”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관심 없던 아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처음부터 놀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의자에 앉아 우리가 노는 모습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아이가 만든 주차장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더니 어느 순간 조용히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작은 종이컵 하나를 들고 와서 말했습니다.
“이거 여기 놓으면 주차장 입구 같아.”
그때부터 아이도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종이컵을 더 가져오고, 종이를 접어서 표지판을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오히려 먼저 아이디어를 내면서 놀이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처음부터 놀이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랐거나,
처음 제시된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뿐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아이들은 다른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면서 놀이에 참여할 타이밍을 찾기도 합니다. 특히 남매는 서로의 행동을 굉장히 유심히
보는 것 같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관심이 없던 아이가 다른 아이의 놀이가 재미있어 보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합류하더라고요.
비싼 장난감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날 놀이가 끝난 뒤 거실을 보니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종이와 종이컵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택배 상자는 아이들이 여러 번 옮긴 탓에 모양이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크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몇 시간 동안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남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주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새로운 장난감을 받았을 때의 설렘도 분명히 있고, 아이들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놀이 도구도 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장난감의 가격이나 개수가 놀이의 재미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고, 움직이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놀이를 훨씬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 새로운 장난감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매가 함께 놀 때 달라지는 점
혼자 노는 것과 남매가 함께 노는 것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한 아이가 생각한 것을 다른 아이가 조금 바꾸면서 놀이가 계속 확장됐습니다. 혼자였다면 자동차 주차장으로 끝났을 놀이가 남매가 함께하니 세차장과 도로, 주차 안내소까지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건 안 돼”라고 하던 아이가 상대방이 설명하는 것을 듣고 “그러면 이렇게 하면 돼”라고 다시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중간에 작은 다툼도 있었습니다. 누가 자동차를 먼저 가져갈 것인지, 누가 주차장 직원을 할 것인지 때문에 잠깐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놀이 자체가 재미있었는지 금방 다시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남매 놀이에서 꼭 중요한 것이 하나의 완성된 놀이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놀면서 자기 생각을 말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필요하면 규칙을 바꾸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어 보였습니다.
집에 있는 물건으로 남매 놀이를 해보니
그날 이후로 아이들이 “심심해”라고 할 때 바로 새로운 장난감을 찾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먼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다르게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종이박스 하나만 있어도 집을 만들 수 있고, 인형의 침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종이컵은 쌓기 놀이가 될 수도 있고 공을 넣는 게임의 목표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휴지심은 자동차 터널이 될 수 있고, 사용하지 않는 종이는 그림을 그리는 것뿐 아니라 가게 놀이의 메뉴판이나
기차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물건을 활용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에게 “이걸로 뭘 만들 수 있을까?”라고 먼저 물어봅니다. 처음부터 놀이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아이들이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항상 바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억지로 놀이를 시키기보다 그냥 쉬게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남매 놀이에서 부모가 할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 경험에서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제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택배 상자를 꺼내준 것과 “이걸로 뭐 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본 것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아이들이 알아서 놀이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종이컵을 가져다주거나 위험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주차장을 보고 “멋지다”라고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하면 부모가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놀이를 만들어갈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남매가 함께 있을 때는 한 아이의 아이디어가 다른 아이에게 영향을 줍니다. 서로 따라 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놀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오히려 재미있었습니다.
장난감이 부족했던 것이 오히려 좋은 하루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해서 새로운 장난감을 꺼내줘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장난감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그 시간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됐습니다.
아이들은 집에 있던 평범한 물건을 가지고 몇 시간 동안 놀이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매가 서로의 생각을 듣고, 자기 역할을 정하고, 때로는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이들이 놀이를 끝낸 뒤에도 한동안 자신들이 만든 주차장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더 크게 만들자고 했고, 다른 자동차도 가져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꼭 비싸고 새로운 장난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가진 상상력과 호기심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옆에서 함께 이야기해줄 사람이 있다면 평범한
물건도 충분히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남매 육아를 하면서 앞으로도 장난감을 계속 사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하나씩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장난감을 사기 전에 집에 있는 것부터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어떤 물건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가 될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남매가 함께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더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물건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놀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더 오래 즐거워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비싼 장난감이 없어도 괜찮았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놀이 공간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택배 상자 하나, 종이컵 몇 개,
집에 있던 자동차 장난감 몇 개만으로도 아이들의 하루는 충분히 즐거워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처음에는 관심조차 없던 아이가 어느 순간 놀이 한가운데 들어와 자기 아이디어를 보태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정해진 놀이보다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여유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남매가 심심하다고 할 때 너무 서둘러 새로운 것을 준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는지 지켜보고, 필요할 때 살짝 도와주는 정도로 함께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값비싼 장난감보다 함께 웃었던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거실 한쪽에 굴러다니는 종이컵과 구겨진 종이를 보면서 조금은 웃게 됩니다.
정리하기는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놀이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싫지만은 않네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휴지를 다쓰고 나온 휴지심을 나중에 쓸거라고 잘 모아두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