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9살 남자아이와 7살 여자아이 남매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 사이에 작은 전쟁이 벌어집니다.
특히 장난감 하나를 두고 서로 갖겠다고 할 때는 정말 별것 아닌 일도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른의 눈에는 똑같은 장난감이 여러 개 있어도 꼭 같은 것 하나를 가지고 싶어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왜 꼭 지금 이걸로 싸우는 걸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평범하게 시작한 주말 아침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침을 먹고 거실에서 각자 놀고 있었고,
저는 옆에서 집안일을 조금씩 하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조용해서 오늘은 비교적 편하게 지나가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작은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두고 실랑이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말다툼 정도였습니다. 한 아이가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었고 다른 아이가 자기도 가지고 놀겠다며 다가왔습니다. “조금만 더 놀고 줄게”라는 말이 나오면서 기다림이 시작됐고, 기다리는 아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습니다.
결국 손이 먼저 움직였고, 자동차를 잡아당기는 순간부터 평화롭던 거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장난감 하나 때문에 시작된 남매의 싸움
여자 아이가 먼저 장난감을 가지고 있던 아이는 자기가 먼저 놀고 있었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큰 아이도 자기도 갖고 싶다며 장난감을 놓지 않았습니다.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주장하다 보니 목소리도 점점 커졌습니다.
결국 작은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고 다른 아이도 억울하다며 같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빨리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누가 먼저 가지고 있었는지 정해주고, 한쪽에게 양보하라고 하면 일단 조용해질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다르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두 아이 사이에서 바로 결론을 내려주기보다는 일단 장난감을 내려놓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 명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차분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했습니다.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울기도 하고, 중간에 상대방의 말을 끊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한 명씩 이야기를 들어주니 조금씩 자기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가지고 놀고 싶었어.”
“나도 지금 가지고 놀고 싶었어.”
결국 두 아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한 아이는 지금 하고 있던 놀이를 계속하고 싶었고,
다른 아이는 자기도 그 놀이에 참여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누구 하나가 특별히 나쁜 행동을 했다기보다는,
자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아직 서툰 것에 가까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장난감 하나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놀이와 내 마음을 지키고 싶은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서로 삐친 채로 각자의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그날은 장난감을 잠시 치워두었습니다. 두 아이가 계속 그 장난감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시 싸움이 시작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각자 하고 싶은 놀이를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남자 아이는 블록을 꺼냈고 여자 아이는 색연필과 종이를 가져왔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장난감을 잡아당기던 아이들이었는데 이번에는 거실 양쪽에 떨어져 앉았습니다.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각자의 놀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일부러 바로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화가 난 상태에서 “이제 사이좋게 놀아”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바로 마음이 풀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른도 기분이 상하면 잠깐 혼자 있고 싶은데 아이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블록을 가지고 놀던 아이는 작은 자동차 주차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자동차와 도로를 그렸습니다.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놀이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놀이를 힐끔힐끔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말을 건 것은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이였습니다.
“내가 자동차 그려줄까?”
블록을 만들던 아이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다시 싸울까 봐 조용히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응. 빨간 자동차로 해줘”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한마디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서로 싫다고 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부탁하고 있었습니다.
둘 사이에 있던 서운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겠지만, 다시 놀이를 시작할 마음은 생긴 것 같았습니다.
결국 두 아이의 놀이가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그 뒤부터는 생각보다 빠르게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서툴지만 자동차를 여러 대 그려주자 블록을 만들던 아이가 그 자동차를 주차장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각자 놀던 두 아이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는 주차장을 만들고 다른 아이는 자동차를 담당했습니다.
“여기는 주차하는 곳이야”, “그럼 이 자동차는 여기 세울게” 하면서 역할까지 나누더라고요.
조금 전까지 장난감 하나 때문에 울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장난감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 서로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부모가 “이제 같이 놀아”라고 시켜서 만들어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각자의 놀이를 시작했고, 서로의 놀이가 궁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가까워진 것이었습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아침에 싸움의 원인이 됐던 장난감 자동차였습니다. 한참 후 아이들이 다시 그 자동차를 찾았는데 이번에는 서로 빼앗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한 아이가 자동차를 움직이면 다른 아이가 길을 만들어주면서 함께 놀이를 이어갔습니다.
“아까는 서로 갖겠다고 싸웠는데 지금은 같이 가지고 노네.”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이미 아침의 싸움이 지나간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른인 저는 몇 시간 전 상황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다시 지금의 놀이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남매 싸움에서 부모가 배운 것
남매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부모는 자꾸 정답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누가 먼저였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양보해야 하는지를 빨리 정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집안이 조용해질 것 같고 아이들도 더 이상 울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모든 갈등을 부모가 대신 해결해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다칠 정도로 심하게 싸우거나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바로 개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장난감을 두고 다투는 상황이라면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다시 관계를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해 보였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싸운 뒤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부모에게는 꽤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결국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놀이를 궁금해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관심이 다시 함께 노는 시작이 됐습니다.
그동안 남매가 싸우면 “또 싸우네”라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싸움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그다음에 아이들이 어떻게 다시 관계를 이어가는지도 함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도 결국 서로를 찾았습니다
저녁이 되어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 거실을 정리했습니다. 낮에 사용했던 블록과 종이, 색연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아침에 싸움의 원인이었던 장난감 자동차도 한쪽 구석에 놓여 있었습니다.
하루 동안 정말 여러 번 “왜 또 싸우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도 결국 서로를 찾고 있었습니다.
같이 놀고 싶어서 싸우고, 자기 것을 지키고 싶어서 삐치고, 마음이 상해서 잠시 떨어져 있다가도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말 한마디를 시작으로 다시 놀이를 이어갔습니다.
아이들이 싸우지 않는 것이 꼭 좋은 관계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싸운 뒤에도 다시 서로를 찾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이 남매에게는 또 하나의 관계를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다음 날에도 아이들은 또 싸웠습니다. 이번에는 장난감 자동차가 아니라 다른 장난감이 문제였습니다.
“어제 그렇게 잘 놀더니 오늘 또 시작이네”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싸우는 순간만 보고 속상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다투는 모습도 성장 과정의 한 부분일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아직 자기 마음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조금씩 관계를 배워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남매 육아는 매일 새로운 상황의 연속입니다
남매를 키우면서 느끼는 가장 큰 특징은 어제의 해결 방법이 오늘 그대로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어떤 날에는 서로 양보를 잘하다가도 어떤 날에는 작은 장난감 하나 때문에 크게 다툽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비슷한 상황이어도
아이들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갈등을 완벽하게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살펴보려고 합니다.
누가 옳은지 따지기 전에 두 아이 모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잠시 각자의 시간을 갖게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화해시키고 손을 잡게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다시 다가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이번처럼 의외로 아이들이 부모보다 먼저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하루 종일 싸웠던 것처럼 느껴졌던 날이었지만 결국 기억에 남은 장면은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자동차 그림을 그려주던 모습, 블록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며 웃던 모습, 그리고 잠들기 전까지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모습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남매 육아를 하다 보면 앞으로도 이런 날이 많을 것 같습니다. 때로는 부모의 인내심이 바닥나기도 하고,
정말 사소한 일로 시작된 다툼에 지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싸우고 다시 웃는 모습을 조금씩
지켜보다 보면 그 안에서 아이들이 관계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우리 집에서는 크고 작은 다툼이 이어졌지만, 결국 아이들은 다시 함께 놀았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남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도 싸우지 않는 하루가 아니라, 싸운 뒤에도 다시 서로를 찾을 수 있는 하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완벽한 육아보다는 이렇게 평범하고 때로는 정신없는 남매의 하루를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싸움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장면이 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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