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신기할 때가 많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하나의 놀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반대로 똑같은 것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금세 다투기도 합니다. 특히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보려고 하면 “내가 먼저 할 거야”라는 말이 빠지지 않더라고요.
얼마 전 주말에는 아이들과 처음으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보기로 했습니다. 거창한 만들기는 아니었습니다.
집에 있던 종이와 색연필, 블록을 활용해서 남매가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정도였습니다.
결과물이 예쁘게 나오는 것보다 아이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끝까지 해보는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누가 먼저 시작할지를 정하는 순간부터 의견이 갈렸고, 어떤 색을 사용할지,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과정에서도 몇 번이나 작은 다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지나고 나니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서로의 작품을 연결해서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했습니다.
남매가 함께 만들 작품을 정하기까지
그날은 특별한 외출 계획이 없었던 주말이었습니다. 너무 더워 놀이터에서 뛰어 놀기도 어려운 여름이여서
밖에 나가기도 애매했고, 아이들도 평소보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한동안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금세 심심하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집에 있는 재료들을 한곳에 모아봤습니다. 색연필과 사인펜, 도화지, 색종이, 풀, 그리고 아이들이 평소
가지고 놀던 블록이 전부였습니다. 사실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는 재료였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오늘은 둘이 같이 하나를 만들어볼까?”라고 물었습니다. 한 아이는 그림을 그리자고 했고,
다른 아이는 블록으로 집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의견이 달랐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림과 블록을 합쳐보기로 했습니다. 큰 종이에 배경을 그리고, 그 위에 블록으로 집과 건물을 만들어 놓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일단 좋다고 했지만, 실제로 시작하려고 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누가 먼저 할지를 두고 또 시작된 작은 다툼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시작 순서였습니다. 두 아이 모두 자기가 먼저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 아이는 그림부터 그려야 한다고 했고, 다른 아이는 블록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내가 먼저 할 거야.”
“아니야. 내가 먼저 골랐어.”
평소 남매가 장난감을 가지고 다툴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함께 작품을 만들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는데,
몇 분 만에 누가 먼저 하느냐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저도 순간 “그냥 한 명씩 하면 되지”라는 말을 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순서를 정해주기보다 아이들이
직접 방법을 찾아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아이에게 “둘 다 먼저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한 아이가 색연필을 들고 말했습니다.
“그럼 나는 그림 그릴게.”
다른 아이는 블록을 들고 “나는 이거 만들래”라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뉜 순간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 아이는 그림을 담당하고 다른 아이는 블록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저는 그때 굳이 “역할을 나누니까 좋지?”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 방법을 그대로 진행해보도록 했습니다.
각자 만들기 시작했지만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림을 맡은 아이는 큰 종이에 하늘과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블록을 맡은 아이는 작은 블록을 하나씩 꺼내 집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각자 자기가 맡은 일을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는 하늘을 파란색으로 칠했고, 블록을 만드는 아이는 집의 벽을 높게 쌓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서로의 작업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린 나무 옆에 집 놓을 거야?”
“응. 근데 여기 길도 있어야 돼.”
이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습니다. 혼자였다면 자기 작품만 생각했을 텐데, 함께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다 보니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번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작품의 모양보다 아이들이 서로의 작업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다른 아이가 보고 자신의 블록 위치를 바꾸기도 했고, 블록을 만드는
아이가 “여기에는 나무가 있어야 해”라고 말하면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그 옆에 나무를 추가했습니다.
처음에는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점점 서로의 작업이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의견 충돌도 계속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과정이 평화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 무언가를 만들다 보니 평소보다 의견을 나눌 일이 많았습니다.
어떤 색을 사용할지부터 작은 의견 차이가 생겼습니다.
한 아이는 지붕을 빨간색으로 만들고 싶어 했고, 다른 아이는 파란색이 좋다고 했습니다.
둘 다 자기 생각이 맞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조금씩 날카로워졌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바로 결정해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둘 다 쓰면 안 될까?”라고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그럼 위에는 빨간색, 밑에는 파란색”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아이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사실 아주 간단한 해결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처럼 쉽게 타협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자기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작품 전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서로의 의견을 조금씩 반영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완전히 한쪽이 양보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두 아이의 의견을 그대로 모두 적용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둘이 함께 새로운 선택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서로 역할을 나누게 된 진짜 계기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역할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다른 아이가 블록을 만드는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블록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다른 아이가 블록을 건네줬고, 블록을 만들던 아이가 종이에 길을
더 그리고 싶다고 하면 색연필을 가져다줬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블록으로 만든 집이 자꾸 무너졌을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블록을 만든 아이가 짜증을
내면서 혼자 다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옆에 와서 블록을 잡아줬습니다.
“내가 잡고 있을게. 다시 쌓아.”
그 말을 듣고 아이가 다시 블록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별것 아닌 장면이었지만 저는 한동안 그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먼저 하느냐를 두고 다투던 아이들이 어느새 서로의 작업을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알게 됐습니다. 남매가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사이좋게 놀게 하는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역할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이 만들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완성된 작품은 생각보다 엉성했습니다
몇 시간에 걸쳐 만든 작품이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큰 종이 위에는 아이들이 그린 하늘과 나무, 길이 있었고 그 위에는
블록으로 만든 집과 작은 건물이 놓여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른의 기준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림의 색도 조금 삐져나와 있었고,
블록으로 만든 집도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길의 방향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우리가 만들었어!”
두 아이가 작품을 내려다보면서 웃었습니다. 한 아이는 자기가 그린 나무를 가리켰고, 다른 아이는 자신이 만든 집을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둘이 동시에 “여기가 제일 좋아”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작품의 완성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멋진
결과물이 아니라 “우리 둘이 같이 만들었다”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완성된 작품을 보며 서로의 흔적을 찾아봤습니다
작품이 완성된 뒤에는 아이들과 함께 처음부터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누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이야기해보기도 했습니다.
“이 나무는 누가 그렸어?”
“내가 그렸어.”
“이 집은?”
“내가 만들었지.”
그러다가 한 아이가 상대방이 만든 부분을 가리키며 “이것도 내가 도와줬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아이도 “맞아. 그때 네가 잡아줬어”라고 대답했습니다.
자기 작품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도움을 줬던 순간까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흔적도 자연스럽게 자기 기억 속에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뿌듯하면서도 조금 신기했습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사이좋게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번 경험에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아이들이 처음부터 사이좋게 협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모든 의견이 맞을 수는 없습니다.
누가 먼저 할지 다투기도 하고, 어떤 색을 쓸지 의견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서로 자기 생각을 주장하다가 잠시 삐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지나면서 아이들은 상대방과 맞춰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부모가 모든 결정을 대신해주기보다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기다려주니 의외로 해결 방법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서로를 때리거나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부모가 즉시
개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의견 차이나 순서 다툼이라면 조금 기다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매가 함께 만든 첫 작품이 남긴 것
완성된 작품은 며칠 동안 거실 한쪽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아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바라봤고,
가끔은 블록을 다시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에는 아이들이 작품 앞에 앉아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큰 집 만들자”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처음 작품을 만들 때 그렇게 많이 다퉜던 것을 생각하면 참 재미있는 변화였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다음에는 더 큰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부모가 정해준 주제보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싶은 것을 정해보게 할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릴지 블록을 만들지도 정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 조금 대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한 가지를 확실히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결과물을
하나 더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자기 생각을 말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때로는 양보하고, 때로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남매 사이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비교하지 않고 함께 만드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남매를 키우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을 비교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누가 그림을 더 잘 그리는지,
누가 블록을 더 높게 쌓는지, 누가 더 빨리 완성하는지를 보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한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하고 다른 아이의 블록을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두 아이가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해줬습니다.
“네가 그림을 그려서 길이 생겼고, 네가 블록으로 집을 만들어서 마을이 됐네.”
그렇게 이야기하니 아이들도 자기 역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누가 더 잘했는지가 아니라
둘이 함께해서 하나의 결과물이 완성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뒤 완성된 작품을 다시 봤습니다. 조금 삐뚤삐뚤하고 색도 제각각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작품에는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처음에 다투던 모습도,
서로 삐친 모습도, 다시 역할을 나누던 모습도 모두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아이가 하나의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보는 경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들지 벌써 기대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주말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부모인 저에게도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다투면서도 결국 방법을 찾아냈고, 각자의 역할을 만들어냈습니다.
처음에는 관심 없던 부분에도 서로의 도움을 받아가며 참여했습니다.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며 웃는 두 아이를 보면서 앞으로도 가끔은 이런 시간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특별한 만들기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종이 한 장과 색연필, 집에 있는 블록만 있어도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얼마나 예쁘게 나왔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내가 만들었어”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었어”라고 말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남매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집니다.
하지만 항상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이 좋은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도 있고,
다투기도 하고, 삐치기도 하면서 다시 맞춰가는 과정 역시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일 테니까요.
이번에 만든 첫 작품은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버리지 않고 잘 보관해두려고 합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조금 더 자란 뒤 이 작품을 다시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합니다.
아마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웃긴 작품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때의 저는 분명 오늘의 모습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누가 먼저 할 거야?”라며 다투던 두 아이가 결국 “우리 같이 만들었어”라고 말했던 그날을 말입니다.
남매가 함께 만든 첫 작품은 아주 평범한 종이와 블록으로 완성됐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만큼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때로는 다투면서도 다시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완벽한 작품보다 함께 만든 시간이 더 오래 기억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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